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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atagonia, and more

6. 엘 찰텐 El Chalten (2)


찰텐에도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코스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쎄로 토레 트레킹코스라 불리우는 라고 토레 Lago Torre 까지의 트레킹 코스인데, 3000미터를 조금 넘는, 그리 높지 않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사도로 인해 등정 난이도가 상단한 것으로 유명한 쎄로 토레 Cerro Torre 날카로운 모습을 멀지 않은 곳에서 감상할 있다. 최초 등정 기록과 등정 방식의 공정함에 대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져온 쎄로 토레의 등정 역사는 몇차례 영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날카로운 쎄로 토레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남은 하나는 일명피츠로이 트레킹코스라 불리우는 라고 로스 트레스 Lago De Los Tres 까지의 트레킹 코스이다. 코스의 종착점에 도달하면 푸른 빛의 호수와 호수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의 모습을 매우 가까이서 있다. 라고 로스 트레스는 '3 호수'라는 뜻인데, 여기서 3 호수를 둘러싼 세개의 봉우리, 피츠로이 Fitz Roy (3,405m)(가장 오른쪽), 포인세노트 Poincenot(3,002m)(가운데), 생떽쥐페리 Saint-Exupéry (2,558m)(가장 왼쪽) 의미한다


라고 데 로스 트레스에 도착한 직후의 모습. 온통 구름에 쌓여있던 봉우리들.


포인세노트는 프랑스 산악인 자케스 포인세노 Jacques Poincenot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리오넬 테레이 Lionel Terray,  기도 마뇨느 Guido Magnone 함께 피츠로이 최초 등정에 도전했던 프랑스 산악팀원 하나였다. 피츠로이 등정 기록을 보면 달이 넘는 시간을 이겨내고 등정에 성공하였다는 테레이와 마뇨느의 이름만이 줄에 적혀있다. 피츠 로이 강에서 익사한 포인세노는 팀원들과 함께 피츠로이의 정상에 서지 못하게 되었고, 피츠로이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에는 그의 이름이 남게 되었다.


포인세노트 봉우리 옆에 위치한 생떽쥐페리 봉우리의 이름은 낯이 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바로 프랑스 소설가 생떽쥐페리에서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생떽쥐페리라는 이름이 아르헨티나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앙투안 마리 밥티스트 로제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그는 소설가이기 전에 항공기 조종사였으며, 그의 조종 경험은 이후 다양한 소설 작품들이 탄생할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에게, 공쿠르상 Le Prix de Goncourt, 르노도 Prix Renaudot, 엥테랄리에 Prix Interallie 함께 프랑스 4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페미나 Prix Femina 안겨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되는 계기가 되었던 소설야간 비행 Vol de Nuit' 아르헨티나의 항공사 아에로포스타 아르헨티나 Aeroposta Argentina 에서 디렉터로 근무하던 당시 겪었던 일을 토대로 저술되었다고 알려져있다


'야간 비행'의 표지


험준한 파타고니아 지역의 항로 개척을 위해 여러 프랑스 조종사들과 함께 아에로포스타 아르헨티나에서 일하게된 그는 신항로 조사에 나서는 , 각종 실무 협상에 참여하고, 가끔 실제로 우편물을 파타고니아 지역에 실어나르면서, 항로 개척 과정에서 추락한 비행기의 흔적을 추적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이후 아에로포스터 아르헨티나는 여러 항공사와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아에로리네아스 아르헨티나스 Aerolineas Argentinas, 즉 아르헨티나 항공으 성장하였고, 지금도 생떽쥐페리와 일행들이 개척한 항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생떽쥐페리의 이름이 남아있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생떽쥐페리와 프랑스 조종사들의 파타고니아에서의 활약상은 프랑스 감독 자크 아노 Jean-Jacques Annaud 영화용기의 날개 Wings of Courage’에서 재현된 있다. 영화아마데우스 Amadeus’에서 모짜르트를 연기했던 헐스 Tom Hulce 생떽쥐페리 역을 맡았던 영화는 무려 최초의 상업 3d 아이맥스 영화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캄바세레, 알로이스, 생떽쥐페리 Cambacere, Aloys and Saint-Exupéry in Argentina
(출처: 
https://www.argentina-excepcion.com/en/travel-guide/writers/saint-exupery)


찰텐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던 나는 코스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고민하는 동안 숙소 주인으로 부터 내가 머물게 방을 안내 받게 되었는데, 마침 아르헨티나 가족 여행객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아마도 어머니로 보이는 (아니라면정말 죄송)께서 능숙한 영어로 인사를 건내시면서 자연스럽게 고민거리에 대해 털어놓게 되었는데, 이미 모든 코스를 다녀온 가족들의 답변은 명쾌했다. ‘ 하나면 당연히 피츠로이지!’ 


이후로도 이런 저런 파타고니아 여행 얘기를 했는데, 찰텐 여행은 그나마 돈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다른 파타고니아 지역은 도저히 현지인들은 이용불가능한 가격을 책정해놨다며 특히나 그것이 국가기관과 결탁하여 특정 지역의 관광사업을 독점하는 형태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칠레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립공원의 관리를 아르헨티나 정부 당국이 직접하면 것을, 굳이 특정 관광 업체에 모든 권한을 넘겨주어 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 방치하느냐는 것이다. 정말 동의하지 않을 없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관광업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다, 어머님께 그동안의 행선지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수아이아에 갔었다고 했더니, 거긴 정말 살아보고 싶은 곳이라며 우수아이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를 마무리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7 피츠로이 트레킹을 시작했다. 원래 목표는 이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일출 시간에 맞춰 피츠로이에 올라가 붉게 달아오르는 피츠로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새벽 등산용 전등까지 챙겨왔었는데, 새벽까지 비가 내리고도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했다. 새벽 기상은 포기하고 예정보다는 조금 늦게 산행을 시작했다


트레킹 자체는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 정도 걸릴 만큼 어렵지 않았다. 마지막 30 정도 아예 길이 없는 자갈 산을 넘어서는 것이 까다롭지만, 끝자락에 당도했을 눈앞에 드러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피츠로이 봉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기억 상실증에 걸린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진다. 세계 5 미봉 하나로, 우리가 피츠 로이라 부르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쎄로 피츠로이 Cerro Fitz Roy 비롯한 다양한 봉우리들의 절묘한 위치에서 비롯되었다. 노스 페이스의 창립자 더글라스 톰킨스 Douglas Tompkins 함께 피츠로이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1968년에 이곳을 방문했던 미국의 유명한 암벽 등반 전문가 이본 쉬나드 Yvon Chouinard 16 아웃도어 의류 장비 업체 파타고니아 Patagonia 열었을 브랜드 로고에 피츠 로이의 모습을 담았을 만큼, 이곳의 능선은 파타고니아의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피츠로이와 닮은 파타고니아 로고.
자연주의를 강조하는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로서는 최상급에 속하는 고급 브랜드이다.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는, 아침부터 가득하던 구름이 여전히 봉우리들 절반 가량을 가리고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을 생각하면 늦어도 3시간 뒤에는 산을 내려가야 했는데, 어차피 있는 곳도 없고 여기까지 온게 어디냐 싶어 라고 로스 트레스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며 구름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호수 앞에 위치한 널직한 바위에서 낮잠도 자고, 바로 근처에 위치한 라고 수시아 Lago Sucia 구경했다. 사진을 부탁하며 말을 대만 출신의 여학생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정말 이상 기다리면 버스를 놓치겠구나 싶어 뒤돌아서려는 순간 피츠로이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쎄로 토레를 멀리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쎄로 토레 쪽으로 살짝 돌아오는 경로를 선택했다. 지도 상으론 맞는 길인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이러다 파타고니아의 미아가 되는 아닌가 몹시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전망대에는 늦지않게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쎄로 토레는 여전히 구름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칼라파테행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바릴로체를 비롯, 다양한 행선지의 버스가 드문드문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정보가 있었다면 동선을 효율적으로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러모로 파타고니아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생각보다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굴뚝을 떠나 빙하의 마을 칼라파테로 돌아왔다.


다음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하며


- 6. 엘 찰텐, 끝.


본문의 구성상 생략한 엘 찰텐과 피츠로이 사진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