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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atagonia, and more

5.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1)


어떤 수식어와 사진으로도 토레스 파이네를 제대로 설명하긴 쉽지 않을 같다. 토레스 파이네에는 단순히 이곳의 멋진 풍경을 보는 경험 아니라, (대부분의 트레킹이 그러하듯)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무거운 배낭을 매고 며칠동안 수십 킬로미터의 산행을 지속하는 경험까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칼라파테의 모레노 빙하와 함께, 토레스 파이네는 많은 외국인들이 파타고니아를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지난해 칠레 독립 20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으로 발행되었던 칠레 관광 책자의 표지에는 항상 토레스 파이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자리잡고 있다


토레스 파이네 지역의 탐사가 시작된 것은 칠레가 독립을 선언한지 50여년이 지난 19세기 , 푼타 아레나스 지역에서칠레식 카우보이 있는 바케아노 Baqueano 활동하던 산티아고 사모라 Santiago Zamora 의해서 였다. 얼마 칠레가 다른 독립국인 볼리비아 - 페루의 연합군과 태평양 전쟁을 한창 벌이던 시기에, 칠레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며 유럽인으로는 처음 토레스 파이네를 관광한 여성 탐험가 플로렌스 딕시 Lady Florence Dixie 자신의 책에서 라스 토레스 Las Torres 모습을클레오파트라의 바늘 묘사하며 토레스 파이네를 서방세계에 소개했고, 이는 많은 유럽의 과학자들과 탐험가들이 이곳에 찾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1959 그레이 호수를 중심으로 그레이 호수 여행 국립 공원 Parque Nacional de Turismo Lago Grey 처음 조성되었고, 이후 차례에 걸친 부지 확장을 통해 현재와 같은 규모를 갖추게 되면서 국립 공원의 이름도 토레스 파이네로 변경되었다


파이네 Paine’ 파란색을 뜻하는 파타고니아 테우엘체 Tehuelche 부족의 언어로, 토레스 파이네는 파이네의 , , 푸른 빛을 띄는 라스 토레스의 모습을 의미한다. 마푸체 어로남쪽 사람들 뜻하는 테우엘체는 오래전부터 남미 대륙의 남쪽에 살고 있던 부족인데, 16세기 마젤란 해협을 통해 남미 대륙을 지나던 퍼디난드 마젤란 Ferdinand Magellan 테우엘체 부족의 거대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젤란은 당시 소설 속에서 등장했던 거인의 이름을 빌려, 그들을 파타곤 Patagon으로 지칭했고, 테우엘체가 살던 지역 일대는 거인들의 땅을 뜻하는 파타고니아 Patagonia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어와 테우엘체어가 섞여 만들어진 토레스 파이네란 지명은 편으론 파타고니아라는 땅에서 벌어진 인간사의 흐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칠레 파타고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좀 더 손쉬운(그리고 엽서 속 멋진 장면을 보는) 방법은 하루동안 차량에 탑승하여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Torres del Paine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멀찌감히서 산을 둘러보는 것이다.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고, 미처 토레스 델 파이네 산장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이것 또한 좋은 관람 방법으로, 날씨만 좋다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전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의미있게 토레스 델 파이네를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매년 여름 수 많은 유럽과 북미 지역의 청년들이 정복욕을 느끼고 스릴을 즐기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토레스 파이네의 트레킹 코스는 W 트레킹, O 트레킹 몇가지 코스로 구분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W 트레킹이며 또한 3 4 동안 W 트레킹에 도전했다. W 트레킹은 트레킹 코스의 형태가 W 비슷해서 붙게 이름이다. 꼭지점마다 산장이 존재하고, 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근처에 위치한 전망대 (스페인어로 Mirador라고 적혀있다)까지 왕복으로 이동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W 어느 지점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서에서 동으로로, 혹은 동에서 서로 이동하게 되는데, 나는 페오에 호수 Lago Pehoe 페리를 타고 건너간 , 첫날 그레이 빙하 Glaciar Grey 보고, 둘째날 프란세스 계곡 Valle Frances 브리타니코 전망대 Mirador Britanico 방문한 , 마지막에 라스 토레스 Las Torres까지 올라가는 일정을 선택했다. 사실 일정이 촉박하여 숙소 예약을 하려다 보니 일정이 아니면 남은 침대가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 산장의 예약 시스템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일단 군데 회사에서 산장을 나눠서 관리하고 있는데, 서로 다른 예약 시스템을 갖고 있고 각각의 방식이 너무나 달라 여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게다가 산장 운영 방식도 제각각인데, 이불이나 침낭이 기본 제공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으며, 값이 숙박비에 포함된 곳도 있다. 가장 논란은 숙박비인데, 비싼 곳은 10만원 가량 하기도 하다. 산장은 기본적으로 취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밥마저 먹게 되면 1박에 거의 2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 필요하다. 물자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환경 문제로 인해 속에 위치한 산장의 경우 오직 말로만 물자를 운송한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말을 타고 산장까지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어느 가이드북에서는 힘들면 타고 이동하는 추천까지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비싼 숙소 대신 캠프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캠프장에 마련된 텐트를 이용할 있고, 없다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대여할 있다. 산장에서는 밥을 사먹어야 하고 취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비를 아끼기 위해 취사도구를 가져와 근처 캠프장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도 많이 있다. (, 산장에 뜨거운 물은 많이 있으니 물만 넣고 먹을 있는 음식을 챙겨가면 취사도구 없이 밥을 해먹을 있다.) 개인적으론 캠프장 이름에 국가명이 많이 들어 있는게 재미있었다. 칠레 Chile 아니라, 프랑스 Frances, 이탈리아 Italiano 영국 Británico, 일본 Japones 등등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개의 기둥이 라스 토레스 (토레 Torre 스페인어로 타워라는 )이고 아래 토레스 파이네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의미하는 아닐까 생각했다


토레스 파이네 국립공원 입구에서는 칠레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 산림 공사 (CONAF) 사무실에 자신이 거쳐갈 트레킹 코스를 신고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숙소 예약 유무까지 확인하기도 한다. 1 1개씩 제공되는 가이드맵을 받고,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사고 예방 교육을 받으면 국립공원 입장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이렇게 입산 절차가 다소 복잡하고 철저한 까닭은 이곳에서 벌어진 몇차례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페오에 호수 인근의 서부 지역에는 여전히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다.


트레킹 코스 대부분에서 돌풍이 발생하고 하루 걸러 하루 비가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 환경 훼손 문제로 안전장치 또한 거의 없어서 추락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무엇보다도 2011년에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 페오에 호수 인근 숲이 피해를 입은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 청년이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불을 피웠는데, 불이 번지면서 개월 동안 국립공원의 서쪽 숲을 태워버렸다. 화재 진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서쪽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체포된 이스라엘 청년은 출국 금지를 당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숲의 되살리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적어도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기 까지 만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실제로 서쪽 지역의 트레킹 코스 대부분에서 화재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있다. 사고가 남긴 자취의 자초지정을 알게되면 경각심이 들지 않을 없다. (여담이지만 평균적으로 이스라엘 청년들의 여행 매너는 정말 꽝이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모든 너무 제멋대로이다. 나만 느낀게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가장 만나기 싫은 외국인으로 손꼽는다. 외국 나가서 이러지 말자 제발…)



모든 절차를 밟고, 페오에 호수 선착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자그마한 전망대가 있는데, 날씨가 좋으면 멀리있는 라스 토레스를 있다. 아주 작게 슬몃 모습을 비치는 라스 토레스를 보고 있으면 편으론 토레스 파이네가 얼마나 거대한 곳인지 짐작할 있다


버스를 타고 페오에 호수 선착장에 내렸다.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마침 숙소와 트레킹 일정이 너무도 비슷하여 함께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방학을 맞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교사 부부였고, 분다 등산에 일가견이 있으셨기 때문에, 등산 요령이라든지 내가 배울 점이 많았다. 따라다니는 동안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힘든 여행을 함께 즐기는 분의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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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푸지오 그레이와 인근의 텐트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