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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atagonia, and more

4. 푸에르토 나탈레스 Puerto Natales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의 중심지인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의 중심지인 칼라파테와 함께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을 위한 거점(?)이라고 있다.


전통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가장 가지는 누가 뭐래도 토레스 파이네와 모레노 빙하일 것이다. 대부분의 파타고니아 여행 일정이 군데를 중심으로 짜여지게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군데가 서로 굉장히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군데 군데만 머물면서 토레스 파이네와 모레노 빙하를 충분히 있을 처럼 보이지만, 현지의 시스템은 장소를 철저히 분리해뒀다. 토레스 파이네를 트레킹하려면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거쳐야 하고, 모레노 빙하를 감상하려면 칼라파테를 경유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파타고니아 지역을 소유하고 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양국이 파타고니아 관광 수익을 적절히 나눠갖기 위한 암묵적인 동의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관광객들은 파타고니아 여행을 위해 푸에르토 나탈레스 - 칼라파테 구간을 적어도 정도는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북미 관광객들이 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경유하여 우수아이아에 도착한 , 남에서 북으로 이동한다. 이때 국경선의 위치 때문에 티에라 푸에고 섬에 위치한 우수아이아에서 육로를 통해 칠레를 경유하지 않고는 아르헨티나로 넘어가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경로상 푼타 아레나스를 거쳐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가게 되고, 이곳에서 토레스 파이네 여행을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칼라파테로 버스를 타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아시아 관광객은 페루를 통과하여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면서 대체로 바릴로체를 거쳐 칼라파테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이동한다. 비행기를 통해 산티아고서 나탈레스로 바로 오는 경우도 많은데, 중요한 것은 관광객 절대다수가 유럽/북미 사람들이기 때문에,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칼라파테로 넘어가는 노선이 반대 방향보다 항상 인기가 많았다. 나도 우수아이아에서는 나탈레스서 칼라파테로 넘어가는 표를 못구했다가 푼타 아레나스에서 추가표가 생겨서 간신히 버스를 있었다. 심지어 구간만 자가용으로 운행하며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패기있게 히치하이킹을 고려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비싼 주며 이동하는 관광객이 너무나 많고, 히치하이킹은 엄연히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인식이 생각보다 매우 안좋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이와 유사한 행태를 부리는 외국인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인들도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으면서, 여행까지 와서 자꾸 공짜로 이것 저것 하고는 자랑하듯 떠벌리고 다니는 개인적으론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버스표에 맞춰서 숙소를 예약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있겠으나, 이것 또한 토레스 파이네 트레킹과 모레노 빙하 투어의 엄청난 인기 때문에 쉽지 않다. 토레스 파이네 트레킹은 60km 이상의 거리를 최소 3 4 동안 배낭을 매고 걸어야 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중간 잠을 자려면 국립공원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성수기 숙박은 3 전에 해도 버거울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몇몇 산장은 6 전에도 예약이 어렵다) 한때는 예약을 실패해도 텐트만 들고 가서 자리만 잡으면 잠을 있었으나, 작년부터 텐트를 있는 자리 조차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예약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예 입장권을 끊어주지 않는다. 이것 또한 일종의 무임승차에 대한 거부감과 국립 공원 인원 관리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있다. 특히 몇해 전에 토레스 파이네에서 굉장히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인원 관리에 매우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100% 예약제가 이번 성수기(2017)부터 시작된 제도이다보니 여러모로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논란 끝에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을 허용해주는 쪽으로 정책이 다소 변경되었는데 아마 숙소 시설의 확충과 함께 점차적으로는 완전 예약제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1 10만원 상당의 어마어마한 산장 숙박비를 내야하는 생각했을 ,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여러모로 칠레의 국가적 이익에는 도움이 하다…)


모레노 빙하 투어 또한 만만치 않은데,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투어가 그렇듯 이곳 역시얼음과 모험이란 뜻의 이엘로 아벤투라 Hielo y Aventura라는 에이전시가 투어를 독점하고 있다. 독점이다 보니 투어의 인기와 물가 상승에 맞춰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지는 바람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쟁률도 조금 낮아졌다. 당시 투어 비용이 30만원을 넘었는데, 현재는 페소 환율이 폭락한 탓인지 7900페소 (약 24만원)로 떨어졌다. 아이슬란드 바트나요쿨 빙하 트레킹이 100유로(약 13만원) 정도 하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시간 짜리 모레노 빙하 트레킹은 하루 출입 가능한 숫자가 제한된 지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이상 전에 미리 예약해둘 것을 권장한다. 트레킹의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각종 건강 증명을 요구하고 나이 제한까지 걸려있어 트레킹 참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투어 비용이 어찌될지 없기 때문에, 혹시 언젠가 가볼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볼 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그대로 토레스 파이네의 전초기지였다. 모든 상업 시설이 토레스 파이네 트레킹 준비에 맞춰져 있었고, 트레킹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관광객과 트레킹을 다녀와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관광객들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또한, 트레킹을 위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몇몇 장비를 대여한 작은 마을을 바퀴 돌아보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터미널 주변의 숙소 밀집 지역을 벗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항구 지역이 나온다. ’항구라는 뜻의 단어푸에르토 지명에 쓰이는 이곳은 대표적인 관광 페리나비막 Navimag’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최근 저가 연어의 전세계적 공급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남미의 유명 연어 양식지 푸에르토 몬트 Puerto Montt에서 출발하여 이곳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운행되는나비막페리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파타고니아 북부의 남미 피오르드 지역을 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과 북미의 나이 있으신 분들이나 가족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은 운송수단이라고 한다. 또한, 이곳 나탈레스의 상징인(사실 나탈레스에 있을땐 몰랐고, 나중에 산티아고에서 알게된) 무에예 히스토리코 Muelle Histórico, 즉, 선착장의 폐허로 남겨진 일련의 기둥들의 모습 또한 해변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하니 찾아보면 재미있을 같다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무에예 히스토리코는 '역사적인 선착장'이라는 뜻이다.

(출처: https://taniadelapena.com/viajes/conociendo-patagonia-chilena-en-familia/)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서둘러 정리를 했다. 토레스 파이네에서 3 4일동안 지내는데 필요한 짐을 따로 분리하여 트레킹 매고 다닐 가방에 넣고, 남은 짐은 캐리어에 넣었다. 내가 토레스 파이네에 머물며 고생고생하는 동안 캐리어는 숙소에서 편히 지내기로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이 가장 긴장되고 기대되는 순간이듯, 어느때보다도 흥분되는 시간이 백야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 4. 푸에르토 나탈레스, 끝.



버스 터미널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