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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수아이아 Ushuaia (1)

pheww 2018. 11. 12. 02:21


우수아이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발권받은 티켓에 표시된 좌석 번호를 보고 비행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서 놀랐고, 그런 비행기가 30분마다 계속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우수아이아로 사람을 실어 나른다는 것에 놀랐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특히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통해 남미로 진입하는 유럽인들에게 우수아이아는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점이었다. 우수아이아에 머물면서 파타고니아 여행을 위한 일정을 계획하고, 거기에 맞게 교통편과 숙박 시설을 예약했다. 특히나 교통편 예약의 경우, 마르가 탁사 Marga / Taqsa 버스 회사의 사무소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다. 직원 두명의 작은 사무실에서 수많은 여행객들의 파타고니아 전체 여행 일정을 잡아주고 버스 티켓을 발권해준다. 때문에 사람이 많을 어마어마한 대기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성수기에는 티켓도 매진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힘들게 티켓을 획득한 , 파타고니아 여행의 전초기지인 푸에르토 나탈레스나 칼라파테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북유럽을 닮은 작은 마을이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현지인들조차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우수아이아는 남미 대륙과 인접한 티에라 푸에고 Isla Grande de Tierra del Fuego 이름의 거대한 섬의 가장 남쪽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티에라 푸에고는불의 이란 뜻인데, 이렇게 아이러니한 이름을 갖게 것은 이곳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원주민들이 피우던 불을 유럽인들의 작명 센스 탓이다



우수아이아 공항 문을 나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흐린 날씨, 눈이 흘러내리는 , 도로를 둘러싸고 있던 바위 위로 번져가던 이끼들은 아이슬란드에서 보았던 풍경과 비슷했다. 실제로도 기후적으로 아이슬란드와 가장 유사한 지역 곳이 바로 우수아이아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여름이 아닌 계절에는 남반구에서 발생하는 오로라 현상인 남극광 aurora australis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북반구에 비해 남반구은 땅이 적기 때문에, 우수아이아는 남극광을 있는 안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끝과 끝은 서로 비슷하다는데, 남쪽 세상의 끝과 북쪽 세상의 끝이 이토록 서로 닮았을 줄이야.


북유럽만큼이나 척박하고 극단적인 기후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니며 알게 것이지만, 많은 남미 사람들에게 우수아이아는 동경의 땅이었다. 풍경만큼이나 소득과 치안 수준도 북유럽과 비슷하여, 실제로 다른 남미 지역보다 전체적인 소득도 높은 편이고 치안도 매우 좋은 곳이다. 남미 여행을 다니면서 식당 테이블 위에 지갑을 아무렇지 않게 올려놓아도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곳은 우수아이아가 거의 유일했던 같다. 우수아이아를 떠날때, 다른 남미 지역을 우수아이아처럼 생각하면 안된다며 정신 바짝 차리라던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의 안부도 생각난다. (다만, 그렇다고 진짜 지갑을 올려놓고 멍하니 있지는 말자. 말이 그렇다는거지, 어쨌든 한국만큼 평화로운(?) 도시는 많지 않다.) 날씨도 훨씬 좋고 땅도 훨씬 비옥한 남미의 북부 사람들이, 태양도 보기 힘들고 먹을 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자리 잡은 남부 사람들의 삶을 동경한다니결국 경제학자 디턴의 주장처럼 자본주의 사회 삶의 행복은 소득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만족스런 삶은 결국 돈으로 부터 발생한다는 뜻일까.



우수아이아라는 이름의 철자는 Ushuaia이다. 스페인어 알파벳을 알고 있다면 ‘sh’ 포함된 단어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우수아이아가 속한 티에라 푸에고 Tierra del Fuego 지역의 원주민 부족인 야간 Yaghan 족이 이곳을 Ush Waia, 작고 후미진 항만라고 부르던 것이 지금의우수아이아 이름으로 이어지게 계기라고 한다


다른 우수아이아의 별칭은 ‘Fin del Mundo’, 세상의 이다. 공식적으로도시라고 불리울 있는 인구 수준(일반적인 분류 기준은 5천명) 갖춘 지역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라 하여 이러한 별칭이 붙었다. 다만 남미에는 ‘Fin del Mundo’라고 주장하는 지역이 군데 있다. 티에라 푸에고를 제외한 순수한 의미에서의 남미 대륙의 최남단 도시이자 남부 지역 최대 도시인 푼타 아레나스 Punta Arenas, 그리고 우수아이아 건너편에 있는, 위도상 최남단에 위치한 칠레의 군사 도시 푸에르토 윌리암스 Puerto Williams 그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의 끝이라는게 그럴싸한 별칭인데, 이것을 얻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든지 관광업이라든지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역이 나름대로 진정한 ‘Fin del Mundo’ 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칠레는 푸에르토 윌리암스를 그저 아르헨티나와의 복잡한 국경지대를 지키기 위한 군사도시가 아닌 새로운 ‘Fin del Mundo’ 만들기 위해 비행기 편도 만들고 광고도 하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푸에르토 윌리엄스 방문을 진정한 의미의 땅끝마을 체험처럼 여기는 유럽인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푸에르토 윌리엄스의 인구는 2천여명으로 일반적으로 도시로 분류되는 기준에는 못미친다).



파타고니아 지역 여행을 위해 지도를 보다보면 아르헨티나 본토로 부터 외롭게 고립되어 있는 우수아이아의 위치에 조금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만여년 처음 원주민들이 이곳에 당도한 이후 이곳은 줄곳 야간족 원주민들의 땅이었다. 그러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인 선교사들의 방문이 시작되었고, 아르헨티나 본토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도시의 형태를 갖추어나갔다.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던 1881, 페루 - 볼리비아 연합군과 전쟁을 벌이느라 정신 없던 칠레를 위협해 국경 조약을 맺으면서 파타고니아를 손쉽게 나눠 갖게 아르헨티나는 상대적으로 자국 영토와 동떨어진 우수아이아를 타국, 특히 칠레로 부터 지키고, 티에라 푸에고 지역의 주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우수아이아에 죄수들의 도시를 세우고자 했다.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 태스매니어에 세웠던 유배지를 예시삼아, 도시 건설 초기부터 감옥을 세우고 아르헨티나 본토의 죄수를 채웠다. 감옥 운영이 중단된 1947년에 이르기까지 우수아이아는 지금으로썬 상상하기 힘든위험한 범죄자의 도시였다고 한다.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백인 이주민들이 가져온 전염병 탓에 하나 쓰러져갔고, 평범한 이주민들은 범죄자들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이후 범죄자들이 사라진 우수아이아는 범죄자 수용 시설을 운용하던 이들의 삶이 터전이 되었고, 아르헨티나는 이곳에 해군 군사 기지를 세웠다. 이곳 기지는 이후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을 치루기도 했고, 티에라 푸에고 지역의 국경 마찰을 빚어온 칠레와 군사 충돌을 수시로 벌여왔다. 지금도 비글 해협 투어 도중 칠레 국경 근처에 다다르면 관광객을 실은 배를 경계하고 있는 칠레 군함을 목격할 있다. 세상의 끝을 놓고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벌이고 있는 싸움은 세월에 따라 방식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참고로 페루 - 볼리비아 연합군과 칠레의 전쟁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남미 여행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아타카마 지역 편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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